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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블랜더 이종기 동문

2012.04.27.

세계적인 명주를 우리의 재료로
오미자 와인 ‘오미로제’ 개발자 이종기 동문(농화학과 75)

40여년의 선후배 사이. 강혜진 학생(왼쪽), 이종기 동문
강혜진 학생(왼쪽), 이종기 동문
아름다운 붉은 빛깔, 단맛과 신맛, 그리고 쓴맛과 매운맛에 이은 짠맛의 조화, 거기에 깔끔한 목넘김까지... 세계 최초로 오미자 와인 ‘오미로제(OmyRose)’의 라벨은 스스로의 ‘매혹’을 이렇게 설명한다. 40여년 후배인 강혜진(농생대 응용생물화학부 11학번)과 마주앉은 이 오미자 와인의 개발자 이종기(농화학과 75학번) 동문의 직함도 못지않게 다채롭다. 한경대 생명공학부 겸임교수, 우리술연구소장, 마스터 블렌더(위스키 제조 책임자), 한국 위스키 협회장 등.

유학시절 접한 로제 와인의 충격

이종기 동문
이종기 동문
이러한 이종기 동문과 술의 인연은 그가 대학 4학년이던 1980년에 동양맥주 (現 OB맥주)에 입사하면서 시작되었다. 주류 회사에 근무하면서 이 교수는 술과 술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스코틀랜드의 해리옷-와트 대학원 양조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시절 프랑스 여학생이 가져온 로제 와인은 이 교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 고유의 전통 재료로 꼭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귀국 이후 이 교수는 국내 유일의 마스터 블렌더로 활약하며 위스키 ‘윈저’와 ‘골든블루’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최근 출시한 오미자 와인 ‘오미로제’는 이 교수가 유학 시절 품은 오랜 꿈이 실현된 제품이다.

전공수업에서 비롯된 술에 대한 관심

이종기 교수는 전공 수업을 통해 진로를 결정했다. “술에 필요한 발효 과정은 미생물학, 발효 기제는 생화학과 관련 있습니다. 그리고 공장에서의 과정들은 식품공학과 화학공학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죠.”

학과 공부뿐만 아니라 동이라 활동 역시 인생의 큰 자산이 되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기였고 우울한 분위기였지만, 야학교와 불교학생회 등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단체 문화’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이 이후 직장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단체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배울 수 있는 배려, 인내, 공공선 등의 가치를 후배들이 직접 경험해 볼 것을 조언하였다.

강혜진 학생
강혜진 학생
동시에 그는 후배들이 성공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번 실패했다 해서 영원한 실패가 아닙니다. 실패를 통해 실패의 쓰라림과 성공의 귀중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이 동문은 오미자 와인을 개발하면서 이 말을 스스로 실천했다. 우리 고유의 재료로 오미자를 선택하고, 오미자를 와인으로 탄생시키기까지는 힘든 장애물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쌀과 과일, 약재 등 술을 만들 수 있는 재료라면 모두 실험을 거쳐 발견한 재료가 바로 오미자. 한국의 오미자는 색깔, 향, 맛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양조적 특성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어려움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혼자 도전하다보니 상의할 데가 없었습니다.” 와인과 샴페인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프랑스에만 샴페인 공장이 3500여 개가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와인과 샴페인 산업이 아직 많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믿을 만한 생산자에게서 오미자를 제공받아 품질을 확보하고 문경에서 정통 와인 생산 방식을 따르는 와이너리를 구축한 노력의 결과, 오미로제는 빛을 보게 되었다. “전통적 방법은 현대 과학과 상호 작용해야 합니다.” 그의 신념인 동시에 깨달음이다.

이동문은 가장 좋아하는 문구로 ‘知者不如好者(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보다 못하고) / 好者不如樂者(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구절을 꼽았다. 술을 ‘즐기는 사람’, 그래서 그는 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던 게 아닐는지.

정주선(외교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