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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기술로 응답하다 : SNU-아산 유니버시티 기후테크 특강

2025. 6. 2.

기후 위기가 ‘불편한 예언’에서 ‘체감하는 현실’로 다가온 지금, 문제를 진단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해법을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대학 캠퍼스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아산나눔재단이 공동 운영하는 ‘SNU-Asan UniverCT’는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며 기후 기술 기반 창업가 양성에 특화된 교육·실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첫걸음으로 5월 22일(목), 서울대 공과대학(39동)에서 기후 테크 창업 전문가 1차 특강이 열렸다. ‘AI 로봇이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 ‘친환경 냉각 기술의 현주소’, ‘기후 위기 시대 창업가의 역할’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김장길 교수(산업공학과), 고승환 교수(기계공학부), 강민지 박사(기후테크센터 MI 그룹장)이 연사로 참여해 각 분야의 현황과 전망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번 특강은 기후 위기 대처를 창업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기술을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하는 시도로 의미를 더했다.

SNU-아산 유니버시티 ‘기후 기술 창업 전문가 특강 1차’ 포스터
SNU-아산 유니버시티 ‘기후 기술 창업 전문가 특강 1차’ 포스터

기후 기술, 적용의 조건을 묻다

김장길 교수는 ‘AI 로봇이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열고 농업 기술의 역사적 전환을 ‘녹색혁명 2.0’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냈다. 그는 “농업을 단지 생계산업이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의 최전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라며 AI·로봇·IoT·데이터 분석 같은 첨단 기술이 농업의 자동화와 정밀화를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이런 기술이 농업의 생존 가능성을 확장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가 향해야 할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술은 스스로 확산하지 않는다”라며 “기술을 수용할 사회의 구조, 교육, 정책, 윤리적 기반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 기술 혁신의 핵심이 알고리즘이 아니라, 현실에 어떻게 뿌리내리는가에 있다는 김 교수의 메시지는 기술 중심 담론을 간과하기 쉬운 구조적 문제의식으로 환기했다.

복사냉각 기술(좌)와 동적 위장 기술(우)을 소개하는 고승환 교수
복사냉각 기술(좌)와 동적 위장 기술(우)을 소개하는 고승환 교수

고승환 교수는 ‘지구 온난화를 대비하는 친환경 냉각 기술’을 주제로, 에너지 소비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며 대안을 실험적 기술에서 찾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연은 냉방 기술이 여전히 냉매 중심의 고에너지 소비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짚었다. 고 교수는 “기존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지만, 기존 기술이 닿지 못하는 틈새에서 친환경 냉각 기술은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서 복사냉각, 열전소자, 이온발전, 종이 전자소자 등 여러 실험적 기술이 간략히 소개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전력 소비 없이 온도를 낮추는 복사냉각 기술과 생활 밀착형 응용이 가능한 저전력 센서 기술이 특히 주목받았다. 고 교수는 “기술들이 아직 효율 면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기존 기술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 ‘필요 기반의 기술’로서 충분한 실용적 의미를 지닌다”라고 역설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는 기술의 수익성과 창업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실제 발전량이 낮은 기술이 창업의 기반이 될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 그는 “문제는 효율이 아니라,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쓰일 수 있느냐”라며 기후 기술 창업의 핵심은 기술 자체의 효율성보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구체성과 대체 불가능성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 위기 앞의 창업 전략과 사회적 실천을 말하다

앞선 두 강연이 기술 자체의 가능성과 공학적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지막 강연자인 강민지 박사는 기후 기술을 사회적 실천의 방식으로 구체화하고 창업이라는 언어로 가능성을 설계하는 데 주목했다. 그는 ‘기후 위기 시대 창업가의 역할’을 주제로, 기술과 사회를 잇는 실질적 전략으로 기후 테크 창업의 가능성과 과제를 짚었다. 강 박사는 기후 테크를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로 정의하며 “사회 구조와 일상의 문제에 개입하는 전략적 실천이자 새로운 산업적 패러다임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당선과 같은 정치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민간 자본은 여전히 이 분야에서 살아남을 기술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라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민간 주도의 기술 생태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는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어 창의적이고 문제 지향적인 스타트업 중심의 생태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그는 “이와 같은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단순한 지원자에서 불확실성과 초기 위험을 완화하는 제도적 환경을 설계하는 조정자로 기능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강연을 시작하는 강민지 박사(좌), 기후 테크 창업 사례를 설명하는 모습(우)
강연을 시작하는 강민지 박사(좌), 기후 테크 창업 사례를 설명하는 모습(우)

질의응답에서는 기후 테크 창업이 직면한 현실적인 고민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질문이 수익성과 시장성에 집중되자, 김장길 교수는 “오늘은 정책 중심의 이야기에 집중했지만, 다음 특강에서는 수익성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한국의 창업 환경이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라고 진단하며 “기후 문제 해결이라는 대의 속에서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이미 규제를 전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제약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SNU-아산 유니버시티 관계자는 “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규제와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기업이 먼저 조율과 양보를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강은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후 위기를 마주한 기술, 산업, 사회의 접점을 조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기술적 가능성에서 출발해 제도적 구조와 창업 전략, 실천적 감각까지 확장된 논의는 기후 문제를 다루는 교육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SNU-Asan UniverCT가 지향하는 ‘기후 기술 기반 창업 교육’은 결국 기술을 사회 안에 안착시키고 문제 해결의 언어로 전환하는 사람을 육성하는 일이다. 이날 특강은 기술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였다. 이후 프로그램에서 더 구체화할 논의의 시작점이자 발판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단
주서현 기자
wynterfrgranc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