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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연구성과

연구성과

생명과학부 정충원 교수 연구진

타림 분지 미라의 정체를 유전자 분석으로 밝혀내다

2021.11.01.

- 기존의 이주 기원설을 뒤집고 선주민 기원을 확인 -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정충원 교수 연구진은 중국 길림대학,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4천 년 전 살았던 타림 분지 최초 거주민의 유전적 기원을 밝혀내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Nature에 10월 28일(목) 온라인으로 발표되었다.


타림 분지에서는 건조한 환경에 의해 약 4천 년에서 2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미라화되어 발견된다. 20세기 초에 처음 알려졌고, 1990년대 이래 본격적으로 발굴된 타림 분지의 초기 유적지는 소가죽으로 덮은 배 형태의 관, 노 형태의 무덤장식, 양모 펠트 의복, 자연건조되어 보존된 유제품 등으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이러한 목축 집단적 유물과 미라의 생김새를 바탕으로 이들이 약 5천 년 전 러시아 초원에서 이주한 목축집단의 후손이라는 가설이 유력시되었으나, 본격적인 고유전체 연구가 수행되지 못하여 이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정충원 교수 연구진은 타림 분지 미라 집단에 속한 가장 오래된 유적지인 Xiaohe, Gumugou, Beifang 등에서 얻은 13개체의 유전체와 이웃한 준가르 분지에 약 5천 년 전 살았던 최초 목축 집단 5개체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이들의 상반된 기원을 확인하였다. 준가르 분지 사람들은 문화적, 유전적으로 모두 러시아 초원에서 이주한 목축 집단과 가까운 관계인 데 비해, 타림 분지 미라 집단은 러시아 초원 목축 집단, 중앙아시아 오아시스 농경 집단 등 기존 이주 기원설에서 제시한 기원 집단과 유전적 관계가 전혀 없고, 남시베리아부터 타림 분지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거주했던 수렵채집인 집단에서 유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단백질체 분석은 이들이 소, 양, 염소젖을 섭취하는 목축 문화를 영위하였음을 보여주어 유전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이웃한 집단들의 물질문화 요소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오랫동안 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었던 타림 분지 미라 집단의 기원을 밝히고 인구 이동과 물질문화 변화의 대표적인 불일치 사례를 제시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연구결과]

The genomic origins of the Bronze Age Tarim Basin mummies

Fan Zhang, Chao Ning, Ashley Scott, Qiaomei Fu, Rasmus Bjørn, Wenying Li, Dong Wei, Wenjun Wang, Linyuan Fan, Idilisi Abuduresule, Xingjun Hu, Qiurong Ruan, Alipujiang Niyazi, Guanghui Dong, Peng Cao, Feng Liu, Qingyan Dai, Xiaotian Feng, Ruowei Yang, Zihua Tang, Pengcheng Ma, Chunxiang Li, Shizhu Gao, Yang Xu, Sihao Wu, Shaoqing Wen, Hong Zhu, Hui Zhou, Martine Robbeets, Vikas Kumar, Johannes Krause, Christina Warinner, Choongwon Jeong, and Yinqiu Cui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1-04052-7)

[연구 배경]
현재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속한 타림 분지에서는 4천 년 전에 살았던 이 지역 최초의 거주민들이 자연적으로 미라화되어 발굴된다. 건조한 환경 덕에 타림 분지 미라 집단의 생김새, 복식, 음식, 매장 문화 등에 대한 정보는 매우 풍부하게 보존되어 있으나 이들의 기원은 이들이 처음 발견된 20세기 초 이래 밝혀지지 못하였다.

[연구 과정]
연구진은 타림 분지 미라 집단 중 가장 이른 시기의 대표적 유적지인 Xiaohe, Gumugou, Beifang에서 출토된 13구의 인골 시료의 유전체를 분석하였다. 또한 타림 분지 북쪽의 준가르 분지에 5천 년 전 살았던 최초의 목축 집단에 속하는 5개체의 유전체도 함께 분석하여 신장 지역 최초 거주민의 유전자 프로필을 밝혀냈다. 기존 고고학 가설은 타림 분지 미라가 러시아 초원에서 기원한 목축 집단 혹은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 농경 집단이 이주한 것으로 보는 이주 기원설을 주로 주장하였고, 준가르 집단의 경우 초기 청동기 시대 러시아 초원 집단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을 확인하였다. 반면 타림 분지 미라 집단은 러시아 초원 혹은 오아시스 농경 집단과는 유전적 연관성이 없음을 밝혀 이주 기원설을 반박하였고, 홍적세 말기에 남시베리아 일대에 널리 퍼져 있었던 “고대 북유라시아인”이라는 계통에 속함을 밝혀 이들이 타림 분지까지 이르는 내륙 유라시아 넓은 지역의 선주민임을 확인하였다.

연구진은 타림 분지 미라 집단의 치석에서 추출한 고단백체를 분석하여 이들이 소, 양, 염소젖을 섭취하는 목축 집단이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유전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가축과 작물 등 주변 집단의 문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생활 방식을 영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연구계획]
중앙아시아 일대의 가축에 대한 고유전체 연구를 통해 가축과 목축 문화의 이동 경로를 밝히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용어설명]

※ 보도자료에 포함된 전문 용어에 대해 간단한 설명한다.

1. 고대 북유라시아인(ancient North Eurasian)
  • 홍적세 말기 현재의 남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일대에 거주했던 수렵채집인 집단 및 이들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계통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말타(Mal’ta), 아폰토바 고라(Afontova Gora) 유적지에서 출토된 인골이 대표적이다. 계통적으로는 유럽의 농경 이전 수렵채집인과 가까운 관계이고, 아메리카 원주민, 현대 유럽인 등 여러 집단의 유전자 프로필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설명]

1. Xiaohe 유적지 사진

Xiaohe 유적의 항공사진. 소가죽으로 덮인 배 형태의 무덤과 무덤을 장식한 노 혹은 기둥 형태의 나무 장식이 보인다(사진 출처: Wenying Li, Xinjiang Institute of Cultural Relics and Archaeology).
Xiaohe 유적의 항공사진. 소가죽으로 덮인 배 형태의 무덤과 무덤을 장식한 노 혹은 기둥 형태의 나무 장식이 보인다(사진 출처: Wenying Li, Xinjiang Institute of Cultural Relics and Archaeology).

2. 타림 분지 미라

Xiaohe 공동묘지 M11번 무덤에서 발굴된 자연적으로 미라화된 여성(사진 출처: Wenying Li, Xinjiang Institute of Cultural Relics and Archaeology).
Xiaohe 공동묘지 M11번 무덤에서 발굴된 자연적으로 미라화된 여성(사진 출처: Wenying Li, Xinjiang Institute of Cultural Relics and Archae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