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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의대생이 겪은 국제기구 인턴십

2008.12.16.

두 의대생이 겪은 국제기구 인턴십

우여곡절 끝에 얻은 UN에서의 인턴십, 의료계의 무한한 진출가능성 발견
문우리 (의예과 03)
문우리독일 본에 있는 WHO 사무소 인턴자리가 결정되고 출발하기 2주전, 갑자기 인턴으로 받아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서울대에서 4명이 지원했는데 같은 사무실에서 너무 많은 인턴을 받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먼저 지원했지만, 인턴 시작일이 가장 늦었기 때문에 1순위로 제외되었다. 충격이 컸지만 어떻게든 다른 기회를 얻기 위해 WHO 인턴을 다녀온 선배의 소개로 그 곳에서 근무하는 김록호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다. 같은 건물에 있는 UN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JPO분이 마침 사정을 듣고 인턴을 제안해 주셨다. 인턴으로 오기로 한 독일학생이 기간을 미뤄준 덕분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생각지도 않던 UN 인턴기회를 얻었다.

2008년 6월부터 2개월여 UN SPIDER(the United Nations Platform for Space-based Information for Disaster Management and Emergency Response)에서 보낸 인턴십의 가장 큰 소득은 나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보다 진취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UN SPIDER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방지하고 대처하는 방법으로 우주기술의 적용을 시도하는 곳이다. 2006년 12월에 생긴 신생기관으로, 내가 첫 인턴이었던 데다 의료계 인력이 투입된 적도 없어서 처음에는 과연 의대생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부터 들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재난관리, 의료, 우주기술 세 분야를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조사ㆍ탐구하는 것이었다. 아직 관련 연구나 시스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의료계 인력도 없었던 탓에 나는 오히려 더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재난방지 및 대처 과정에 있어 재난의학이나 응급의학 등 의료 역할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위성 통신기술을 통한 telemedicine이나 위성을 통한 navigation, earth observation을 이용한 public health system 등의 분야에도 눈 뜨게 되었다. 또 10월에 열린 국제워크?? 중 'Health Session'을 기획ㆍ준비하면서 영문편지 작성에도 익숙해졌고, 많은 전문가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관련 분야들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ㆍ발전되는지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UN에서 일하면서 놀랐던 점 중의 하나는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렴하는 태도였다. 개인의 역량을 인정하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기관을 유지하면서 집단 전체의 발전 가능성도 높여나가고 있었다. 더욱이 수직관계에 대한 개념없이 평등하게 일하는 것이 무척 신선했다.

이번 인턴십 경험에 비추어 국제무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내서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영어실력도 부족하고 관련 경험도 없다고 주눅들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자. 한국 대학생들의 능력과 성실성은 세계 어디를 가든 인정받을 수준이라고 한다. 또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컴퓨터 활용 능력이 외국 학생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유용한 무기가 된다. 국제무대에서 뛰겠다면 영어는 남들보다 배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또 국제기구에서 인턴을 하기 위해 인맥이나 운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인턴공고를 내지 않는 기구에도 직접 연락해서 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두드리면 인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단, 최소 2개월 전에는 지원서류를 보내야 무리없이 절차가 진행된다고 하니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6월에 시작되는 인턴기회를 얻기 위해 3월부터 준비했는데 CV, 지원서, 교수님 영문추천서, 보험서류, 학교 성적표 등 여러 가지 서류를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하나 더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인생의 한 과정일수는 있지만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국제기구는 수직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의 대우는 좋은 편이지만 직원으로 시작해서는 올라가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환상에 앞서 자신의 인생 목표와 지향하는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WHO 인턴십을 통해 보건정책전문가로의 꿈 확고해져
장효범 (의예과 03)
같이 인턴십에 참여한 친구, WHO 직원과 함께 장효범 학생은 맨 오른쪽2005년 예과를 마치고 본과에 올라오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부쩍 많아졌다. 그 무렵 환자 진료를 넘어 공공보건의 증진을 통해 인류 건강을 향상시키는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자연히 세계 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당시 열렸던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사무총장이었던 故 이종욱 박사의 모교 방문 특강은 큰 자극이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내 꿈을 실현해 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와 도전이 생긴 것이다.

그 후 WHO로 인턴을 다녀온 선배들을 찾아다니고, 국제보건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국제보건포럼’이란 모임을 만들어 세미나와 강연회를 여는 등 꾸준히 정보를 모았다. 드디어 올해초 실제 현장을 접해보겠다는 결심으로 WHO에 인턴을 지원했다. 독일 본에 소재한 WHO 유럽지부 환경보건센터의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인 선생님께 메일로 인턴 희망 의사를 전했는데 선뜻 받아주셔서 운좋게 인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2008년 6월부터 독일 본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향후 수개월 동안 유럽지역의 보건정책전문가들이 모이는 국제회의가 잡혀 있어 이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WHO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모임의 목적과 방향을 미리 원격회의로 의논하고, 초청명단을 확정해 초청장을 발송하고, 회의 개최지로 오기에 경제적 부담이 따르는 나라들에 예산을 배정하는 등의 일을 도왔다. 이런 대규모 회의가 끝난 후에는 WHO 공식 보고서를 낸다고 한다. 각국 참가자들의 토의 내용을 종합해 결론을 도출해내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2개월 동안 인턴으로 보조 역할이긴 했지만, 바로 옆에서 국제기구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면밀히 관찰할 수 있었다. 또 각 지역별로 중점을 두고 있는 보건정책이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전염병을 큰 화두로 여기고 있지만 유럽지역에서는 환경 보건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근무 환경은 공용어로 사용되는 영어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고 있어서 다문화적 환경에 익숙해져야 했다. 특히 자유로운 옷차림에 편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 성실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나처럼 미숙한 인턴직원의 이야기도 주의깊게 듣고 친절하게 도와주는 개방적인 태도가 무척 신선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수개월 전에 제출한 인턴 지원 서류가 독일에 도착할 때까지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는 등 많은 정책이 느리게 수행되는 국제기구의 관료성과 경직성도 느꼈다.

이번 인턴십으로 보건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혔다. 보건대학원을 거쳐 보건정책전문가로 성장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광대하고 복잡한 국제사회의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HO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도 알았다. 무엇보다 앞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다른 친구들도 막연히 의사, 간호사로 자신의 미래에 한계를 두지 말고, 보다 넓게 멀리 보고 도전해 보길 바란다.

2008. 12. 16
서울대학교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