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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리어카를 끌다. 시선이 끌리다.

2017.03.29.

비영리사단법인 ‘끌림’은 폐지수거용 리어카에 광고를 주선하고 그 수익금의 일부가 폐지수거 노인들에게 돌아가게 하여 그들의 경제적 자립성을 키우는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끌림의 두 팀원 박은호(심리학과 12학번), 김승민(중어중문학과 13학번) 학생은 단순한 경제적인 부분을 넘어 그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업 목표 중 하나라고 말한다.

류형희&김옥순(선경자원 부부 공동대표), 박은호(끌림이사, 심리학과 12학번), 김효순(리어카 어머니), 김승민(끌림팀원, 중어중문학과 13학번)
류형희&김옥순(선경자원 부부 공동대표), 박은호(끌림이사, 심리학과 12학번), 김효순(리어카 어머니), 김승민(끌림팀원, 중어중문학과 13학번)

작은 프로젝트 팀에서 비영리사단법인으로

‘끌림’은 2016년 서울대의 전략적 사회공헌 학회 ‘인액터스’에서 시작되었고 팀원들은 보다 전문적인 사업 모델 구축을 위해 그 해 10월 전국고물상연합회와 함께 비영리사단법인 끌림을 설립하였다. 월평균 수입이 10만원에 못 미치는 폐지수거 노인들의 경제능력 향상과 기존의 폐지수거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개선시켜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끌림은 광고 모집에 앞서, 광고용 리어카 제작에 돌입했다. 기존의 리어카들이 70~80kg 정도로 무겁다는 점과 광고를 달기에는 리어카의 외부 면적이 작다는 점을 개선하였다. 경량 자재를 사용한 리어카는 기존 무게의 반에 해당하는 35kg 정도이고 리어카의 양 옆에 광고판의 면적을 확보하여 길 건너에서도 광고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 리어카는 2016년 12월부터 광진구에 위치한 선경자원을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벌써 4번째 새 모델이 나온 상태이다.

세상에 없던 광고

버스, 택시 등의 차량 광고와 달리 운행 속도가 낮은 리어카는 저렴한 광고비용으로 긴 시간 노출되며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에서 주민들과 자주 마주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에 폐지 수거 노인이 갖던 부정적인 시선을 염려한 끌림은 무료로 광고를 제안하며 자신들의 사업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우려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리어카 광고를 ‘광고’로 인식했고 총 광고 수익의 70%가 폐지수거 노인에게 되돌아간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2월에는 첫 수익 광고가 들어왔다. 구상했던 사업 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보여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리어카 광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많아졌고 몇 차례의 언론 보도 이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리어카 광고를 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며 환경부로부터도 협업에 대한 제의를 받고 있다.

개선된 리어카 외관
개선된 리어카 외관

세상에 없던 광고이기 때문에 겪었던 우여곡절도 있었다. 리어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기존 리어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여 제작하는 데에만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수많은 시도 끝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모델을 발표할 수 있었다. 또한 광고주들을 설득하여 그 실효성을 입증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팀원들에겐 선경자원 주변의 수많은 상점들을 일일이 돌며 광고주를 모집했던 과정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었던 대목이다. 기존에 없던 광고 매체이기 때문에 스스로 그 효과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만들어야 했다. 때문에 내부적으로 근거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힘들었지만 이 과정의 끝에 광고가 성립되면서 팀원들은 자신들이 세운 사업 모델과 그것을 현실화 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이 결코 의미 없는 일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끌림이 낳은 변화

끌림이 지향하는 사업의 가치는 비단 경제적 가치에 머물지 않는다. 폐지수거 노인과 그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끌림이 제작한 리어카를 끌며 광고 수입을 얻고 있는 김효순씨는 본인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리어카가 크고 편해요. 끌고 다니면 사람들이 한번씩 말도 걸어주고, 광고에 대해서 질문도 해요. 이렇게 번 돈으로 고기도 사먹고 정말 좋아요.”

이전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말을 걸어 주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광고를 단 리어카를 끌기 시작한 1월부터는 주변 사람들이 반응이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끌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폐지수거 노인과 고물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그들의 삶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자원 순환 측면에서의 고물상의 역할에까지 사람들의 인식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조금 먼 미래에는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이 쌓이고 쌓여서 폐지수거 노인에 대한 인식이 ‘자원 순환의 가장 기초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로 바뀌기를 끌림은 소망한다.

홍보팀 학생기자
송미정(건축학과 13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