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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그래픽이 만드는 움직임

2016.11.02.

302동의 3층의 복도 맨 끝, 이제희 교수의 연구실은 하나의 무대 같기도 했고, 작은 조각상들이 즐비한 갤러리 같기도 했고, 인체 연구실 같기도 했다. 로봇과 수식, 프로그래밍이 전부일 것 같았던 컴퓨터 공학자의 연구실은 풍성했고, 그곳에서 그가 만들고 꿈꾸는 세상은 넓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제희 교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제희 교수

Q. 교수님의 연구 분야를 설명해주세요.

저는 컴퓨터 공학 중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스,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스 연구는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져 있고 애니메이션은 그 중에서도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이죠. 쉽게 말하자면 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연구하는 분야인 것이죠. 저는 그 중에서도 사람이나 동물, 생명체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아요.

Q. ‘움직임’은 추상적이면서 범위가 넓을 것 같은데, 이를 활용해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목적이 있는, 조금 무거운 연구, 원래 그래픽스 분야에서 해왔던 전통적인 연구, 또 제 자신이 좋아서 재미로 하는 연구 등 굉장히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이번에 그림자연극 속 숨은 동작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은 흥미로워서 접근하게 되었어요. 무거운 목적보다는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컸죠. 예술과 과학이 맞물리는 것은 드문 것 같지만, 그래픽스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그건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에요. 이 분야의 연구자들도 그전에 본적 없던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에 무척 관심 있어 해요. 컴퓨터가 사람의 일을 더 쉽고 빠르게 혹은 사람이 할 수 없던 일을 해냄으로서 예술에 기여하게 되는 거죠. 그림자 연극 기술 같은 경우도 사람이 구현하기 어려운 동작들을 컴퓨터가 도와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되었어요.

목적이 있는 연구, 그러니까 보다 무거운 연구로는 의료 분야를 돕고 있어요. 걸음걸이가 불편한 환자, 특히 뇌성마비 환자들을 돕는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의학은 연구 대상이 사람이기에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 어려워요. 공학은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죠. 환자의 움직임을 모션 캡처를 통해 컴퓨터로 읽어내고, 문제인 근육이 밝혀지면 그에 맞는 다양한 수술 시뮬레이션을 제공해주죠. 환자의 상태, 예상되는 수술과 그 결과를 미리 알게 되면 의사의 문진과 진료는 더 수월해져요. 1~2년이 지나야만 정확히 알 수 있던 수술의 결과들을 즉시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지금은 막연히 상상하고 있지만 이 연구가 끝날 때 즈음엔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Q. 컴퓨터 공학과 예술 또는 의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컴퓨터와 예술이 거리가 먼 분야처럼 보이지만, 꼭 그것만도 아니에요. 컴퓨터 그래픽스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도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결합하고 싶어서였죠.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좋아했고, 곧잘 다뤘던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것 역시 좋아했지만 잘하지는 못했죠. 그래서 내가 잘하는 컴퓨터를 활용해 그림을 그린다면, 혹은 그림에 도움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면 그리 멀지 않은 분야랍니다.

의료분야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에요. 컴퓨터 그래픽스를 공부하지만, 제 연구의 관심사는 “사람의 몸의 움직임”이기에 의료 분야로 자연스레 발전한 것이죠. 휴머노이드 로봇, 바이오 매캐닉스, 의학 정형외과, 재활훈련 연구팀, 서로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몸으로 묶일 수 있어요. 제 연구 역시 그런 것이죠. 로봇을 개발하고 의사를 돕는 일들이 전혀 다르게 보이겠지만 결국 같은 일이에요.

Q.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학부생 때는 제한된 범위로서만 세상을 봤고, 딱 그만큼만 해봤던 것 같아요. 너무 적은 경험을 한 것이죠. 그러나 이것이 후회스럽다기보다 학부생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지금의 학부생들은 뭐랄까, 겁이 많아진 것 같아요. 별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많이 배우지 못했는데도, 우리 세대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우리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능력도 있는데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겁내지 않고, 많이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홍보팀 학생기자
김예슬(동양사학과 14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