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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식탁으로의 초대

2016.04.21.

정재훈(왼쪽) 동문, 정동현 동문
정재훈(왼쪽) 동문, 정동현 동문

셰프 혹은 약사, 한 단어로는 부족한

서울에서 가장 제대로 된 마파두부를 먹을 수 있다는 음식점. 한 일간지에 ‘생각하는 식탁’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는 정동현 동문이 추천한 곳이다. 그가 이곳으로 <생각하는 식탁>의 저자 정재훈 약사를 초대했다. 직업도, 나이도, 전공도 다르지만 식품과 음식에 관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작은 미식 모임에서 만나 ‘생각하는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인연을 맺었다. ‘즐기며 먹는 법을 아는’ 두 남자는 각자의 이유로 미식에 빠졌다. 먼저 군대에서 우연히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발견한 정동현 동문. 모든 공간과 인간에게서 음식이 보일 만큼 요리에 빠져 졸업 후 평범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요리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말 그대로 뜨거운 경험을 쌓았다. 양손에 주방에서 얻은 영광스러운 흉터를 새기고 돌아온 그는 이제 주방 대신 대기업 식품유통회사에서 음식 기획자로 일한다. 함께 테이블에 앉은 정재훈 동문. 약학대학 재학 시절, 친구들로부터 전공을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만큼 음식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무언가 섭취했을 때 몸에서 일어나는 약리적, 생리적 반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약사라면, 정재훈 약사의 관심사는 인간의 ‘섭식’에 관한 모든 것이다. 그는 요즘도 텔레비전, 라디오, 매거진을 넘나들면서 ‘먹는’ 이야기를 한다. 어린 시절 식품 ‘빽라벨’을 보며 깊고도 미묘한 맛의 세계를 탐구했던 추억을 공유하는 두 남자. 커다란 테이블이 놓인 방에 앉은 이들은 ‘음식’에 관해서라면 온종일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깊게 음식을 읽고, 이야기를 쓰다

각각 음식에 대한 책을 한 권씩 내고 식품에 대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는 이들의 메시지는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잘’ 먹도록 돕는 것이다. “음식으로 할 수 있는 얘기는 정말 많아요. 그런데 단순히 어떤 음식이 좋고/나쁘고, 혹은 맛있고/맛없다는 식으로 구분하는 건 음식 문화를 피상적으로 만들죠.” 이들은 우리가 GMO 식품을 꺼리고, 글루텐이 적게 들어간 음식을 고르고, 설탕을 찾다가 갑자기 멀리하는 모든 과정에는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녹아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현상에는 심심찮게 잘못된 믿음과 오류가 섞여 있다. “음식에 대한 담론에도 깊이가 필요해요. 한국에서는 특히 의학적인 관점으로 음식을 말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그렇게 과학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게 많죠. ‘생각하는 식탁’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이라는 부분이에요. 사회적 통념을 한번쯤 생각해보면서 좀더 넓고 깊이 있게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단지 맛있어서, 몸에 좋아서,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잖아요.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즐거움이죠. ‘음식이 맛있다’는 얘기보다 셰프로서 저의 경험, 그리고 의미와 해석이 덧붙여진 글을 쓰고 싶습니다.”

식탁 위에는 정동현 셰프가 정성껏 고른 메뉴가 하나씩 놓여간다. 코끝을 자극하는 상큼하고 달착지근한 요리의 향기에 사람들의 젓가락질하는 손길이 바빠진다. 음식 하나가 나올 때마다 즐기며 먹는 이야기는 술술 펼쳐진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입안에 움튼다.

정동현 (경영학과 01학번)
2008년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마트에서 와인 바이어 업무를 담당하다가, 고든 램지가 운영하는 영국 요리 학교 땅뜨마리(Tante Marie)로 유학을 떠났다. 영국, 호주의 레스토랑에서 2년 동안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썼던 기록을 바탕으로 책 <셰프의 빨간노트>를 냈다. 현재 신세계그룹 F&B(식음료) 기획팀에서 근무하며 조선일보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정재훈 (제약학과 93학번)
한국, 미국, 캐나다의 약사로 약학대학을 졸업 후 캐나다에서 10년 동안 약사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팜스터디 대표, 휴베이스 이사이자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 위원이다. 현재 매거진에 칼럼 기고 및 KBS 방송 <여유만만>, KBS 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 MBC 라디오 <건강한 아침> 등에서 약, 음식, 건강을 이야기하는 패널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