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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를 ‘하다’ EVERYWARE

2015.08.25.

동문 부부의 미디어아트그룹 ‘에브리웨어’
동문 부부의 미디어아트그룹 ‘에브리웨어’

일부러 창의적이려고 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미디어들을 항상 공부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걸 ‘한다’. 상상력은 항상 넘치지만 그것을 담아낼 시간과 자원과 기물은 언제나 부족하다.

에브리웨어, 경계 없는 예술

‘하늘의 구름을 만져볼 수 있다면 어떨까?’란 질문에 첨단 기술로 뜬구름 잡는 모습을 펼쳐냈다(Cloud Pink, 2012). 신기하게 생긴 장치의 핸들을 돌리면 모니터 속 레이싱 게임이 현실에서 구현된다((Nuts Rider, 2014).

영국의 SF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는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에브리웨어의 작품은 마법 같았다. “설명은 최대한 짧게 쓰고 도슨트도 배제해요. 저희가 보여주는 작품이 매력적이라면 아무런 설명 없이도 사람들은 감동을 느낄 거예요. 미디어의 에센스에 가까운 걸 보여줄수록 매력은 커지죠.”

에브리웨어는 학부 캠퍼스 커플로 시작한 방현우·허윤실 동문이 14년째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함께 작업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전기 전자,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뉴미디어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뉴미디어 분야는 전공

이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기계공학과, 아내는 국문학과와 디자인학과를 졸업했어요.” 지금은 ‘영상매체예술’이 연합전공으로 개설되어 있지만, 당시 두 사람은 미술대학 수업을 거의 다 들었다. “흥미로워 보이는 것들을 스스로 공부했죠.”

매체의 진짜 ‘맛’

미디어아트는 매체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예술이다. 지금 자동차라는 매체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전시돼 있다(Ensemble, 2015). ‘자동차를 타고 자동차를 여행한다’라는 콘셉트로 카메라를 실은 작은 모형차가 자동차라는 거대한 기계의 구

석구석을 탐험한다. 관객들은 모형차가 전송하는 영상을 보면서 감탄한다. “사람들은 그동안 차의 겉면만 봤을 거예요. 그런데 차를 해체해서 속을 보여주면 ‘저런 게 있었구나!’하고 놀라죠.”

미디어아트 작품은 스케일이 크다. 들어가는 기술도 복잡하고 규모도 만만찮다. 한 작품을 만드는 데 3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된다. “앉은 자리에서도 아이디어는 쏟아져 나와요. 아이디어가 한가득 쌓여있는 상태에서 조건이 맞는 것부터 하나씩 하는 거죠. 아이디어 쌓이는 속도를 실제 작업하는 속도가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에브리웨어의 작업실 한편에 놓인 기다란 책장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전기 전자 책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국내에 저희 같은 그룹은 별로 없어요. 진입하려면 10년 정도 공부해야 해요. 꿈꾸는 사람은 많은데 오래 남아 있긴 힘들죠. 새로운 책 한 권을 보기 위해서 그전에 수십 권을 읽어야 돼요. 기존에 없는 걸 하다보니 공부하는 시간이 90%죠.”

모든 사람은 창의적이다

에브리웨어 작업실에서
에브리웨어 작업실에서

직접 만져보고, 타보고, 체험하면서 사람들은 에브리웨어의 작품을 즐겁고 신기하게 감상한다. 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 걸까. “항상 창의적인 걸 생각해야 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다음 주제를 고민하는 건 저희의 자세가 아니에요.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을 누가 보여

달라고 하는 것도, 전시에 초청되는 것도 다 신기해요.” 그래도 사람들의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는 특별한 창의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독특한 생각이 있어요. 그 사람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게 있어요. 그걸 진짜로 내놓을 수 있으면 정말 창의적이겠죠. 완전히 창의적인 건 없는 거 같아요. 생각하는 걸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거죠.”

항상 성실하게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 그들의 꿈은 단순했다. 평생 지금처럼 사는 것. 10년 뒤, 20년 뒤를 바라보며 살지 않고 지금 순간에 충실하는 것. 에브리웨어의 작업실에는 아직 피지못한 수많은 아이디어의 꽃봉오리가 피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EVERYWARE | 방현우(기계공학과 97학번)·허윤실(국어국문학 98학번·디자인학부 02학번)이 2007년 결성한 미디어아트 그룹이다. SIGGRAPH Art Gallery를 비롯하여 Ars Electronica Center(오스트리아), 동경 국립 미술관(일본), Disseny Hub Barcelona(스페인) 등 여러 갤러리와 뉴미디어 축제에 초대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2012), (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