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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학교를 걷는다

2015.02.24.

4백만 평이 넘는 면적, 전국에서 가장 큰 캠퍼스를 지닌 서울대학교. 200개가 넘는 건물 사이 사이를 지나는 길은 학교를 구비구비 둘러 관악산까지 이어진다. 교정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많은 길 중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는 몇 군데를 소개한다. 혼자여도 괜찮고, 둘이면 더 좋다. 오늘 당신이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그 길로 상상의 발걸음을 옮겨보자.

서울대의 특별한 길 5곳을 소개한다
서울대의 특별한 길 5곳을 소개한다

1. 혼자보단 둘이 함께, 낭만의 길
길을 수식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걷고 싶다...’가 아닐까? 서울대학교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가득한, 낭만에 가득 젖을 수 있는 ‘걷고 싶은 길’이 있다. 고즈넉한 밤에 법과대학과 음악·미술대학을 지나 경영대학으로 향하는 길을 걸어보자. 은은한 조명이 가로수를 비추고 교정의 건물이 밤의 색을 입노라면 왠지 모를 황홀함에 흠뻑 젖어든다. 이 길을 찾는 대부분의 학생이 ‘함께’라는 사실은 캠퍼스 커플들이 자랑하고 싶은 비밀이다. 연인들이 걷다 보면, 한 바퀴로는 아쉬워 한 번 더 걷자는 행복한 욕심이 샘솟곤 한다.

2. 살아있는 현대 미술관, 예술의 길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에서 출발해 경영대학을 거쳐 음악·미술대학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곳곳에 놓인 조형물들이 심상치 않다. 미술대학 근처 잔디밭에 구성원들이 직접 만든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떡하니 고개를 쳐들고 있는 도롱뇽 한 마리. 신현중 조소과 교수가 자연을 지키고자 만든 작품 ‘공화국 수비대’다. 음악대학을 올라가는 계단에도 그림이 빼곡하다. 학생들의 그림으로 일상적인 공간이 예술이 되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한편, 음악대학 건물은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 김수근이 설계했다. 독특한 구조로 옹기종기 마주보고 있는 건물들은 영감을 주는 예술 작품으로 다가온다. 누구든지 이 길을 걷고 나면, 학교의 풍경 하나 하나가 예술적으로 보일 것이다.

3. 한국의 얼을 따라, 전통의 길
규장각에서 시작해 ‘자하연’을 지나 공과대학 폭포 인근에 있는 ‘하유재’까지의 길은 전통문화를 만나는 길이다. 기와를 얹고 한옥의 형태로 지은 규장각은 서울대학교에서도 가장 독특한 건물 중 하나. 한국학 연구기관으로 과거 조선시대 왕실 도서관의 서적들을 보존·관리한다. 교내 연못 자하연은 명실상부 학생들이 즐겨 찾는 인기 장소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뛰어난 서화가였던 자하 신위(申緯) 선생을 기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하유재(何有齋)는 건축학과 대학원생 32명이 지은 작은 한옥. 직접 나무를 깎고 흙을 발라 만들었다.

4. 음풍농월이 절로, 자연의 길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교정 곳곳에서 자연의 내음을 맡고 있노라면 공부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곤 한다.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오솔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자연의 길’. 기숙사 삼거리를 지나 음악대학과 인문대학으로 내려가는 샛길을 지칭한다. 야생화와 나무가 빼곡한 돌계단을 오르다보면 숲 속을 홀로 걷는 듯 하다. 운이 좋다면 자연의 길을 유유히 지나가는 작은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청솔모, 다람쥐들이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5. 숭고한 기억을 담아, 민주화의 길
관악 교정에는 길모퉁이마다 민주화에 헌신한 동문을 기리는 추모비들이 서 있다. 6월 항쟁 20주년이 되던 해 학교에서는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서울대인들을 기억하고자 ‘민주화의 길’을 조성했다. 칠흑 같은 시절, 민주화를 위해 젊음의 불꽃을 태운 열사들을 기억하는 길은 박종철 열사와 최우혁 열사의 추모비가 보이는 중앙도서관과 인문대학 샛길에서 시작한다. 중앙도서관에서 자연과학대학 또는 사회과학대학과 대운동장 사이로 흐르는 길을 걷다 보면 더 많은 추모비가 눈에 띈다. 학생들의 묵례와 흉상 앞에 놓인 화단이 오늘날에도 그 숭고함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