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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공식_김빛내리 교수

2014.10.31.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법칙이 있다. 아주 간단하지만 그래서 가끔은 잊고 사는, 사실 강력한 힘을 가진 인생의 공식들. 과학자의 정석이라 불리는 김빛내리 생명과학부교수의 행보를 통해 그 공식을 되짚어보자.

김빛내리 교수
김빛내리 교수

도전 + 인내 = 성공

DNA 만큼 중요한 RNA
크기가 워낙 작아 오랫동안 그 존재를 감추고 있던 물질 ‘miRNA(마이크로 RNA)’. 20여 년 전 처음 발견된 후에도 miRNA의 기능에 대해 밝혀진 것이 거의 없었다. 적어도 김빛내리 교수가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말이다.
miRNA는 난치성 유전병, 줄기세포와 암세포의 형성, 노화 등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의학적으로 아주 가치 있는 물질이다. “DNA가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저장고라면, 유전 정보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물질이 RNA라고 보면 돼요. 화학적으로 DNA와 RNA가 굉장히 유사한데, DNA의 정보를 카피해 단백질을 만든다든가 세포 기능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죠.” miRNA 연구 그룹이 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았던 2001년, 그녀는 과감히 이 길을 선택했다. “연구가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어 불안했던 건 맞아요. 같이 일하는 학생들의 장래가 있으니까 실패에 대한 부담이 있었죠.” 불안과 부담은 모든 과학자의 숙명 아닐까. 김 교수는 도전과 인내의 시간 끝에 세계적인 과학자 반열에 올랐다. 지난 4월 미국 국립과학원(NAS)은 외국인 회원에 그녀를 선출했다. 국내 회원으로는 네 번째, 노벨상 수상자들과 다수의 해외 저명 과학자들로부터 추천을 받았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용기 x 책임감 = 신뢰

과학계를 들썩인 두 개의 논문
2011년, 김빛내리 교수는 이름난 학술 에 게재했던 논문을 스스로 철회했다. “처음 논문에 어떤 상황에서 특정 miRNA가 분해된다고 발표했는데, 후속 연구에서 조건에 따라 RNA 추출 효율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수십 년간 일반적으로 이용해온 추출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거죠. 논문의 데이터상으로는 재현성이 있었지만, 전제가 틀렸던 거예요.” 그대로 두면 결과가 계속 인용·참고될 것을 우려한 김 교수는 기존 논문을 철회하는 동시에 기술적인 문제를 설명하고, 그 원리를 밝힌 새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부정의 연구 사례가 아니더라도, 성과가 중요시 되는 과학계에서 논문 철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선택했고, 선례를 남겼다. 동료 과학자들은 여전히 반복되는 논문 조작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며 그녀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 “뜻밖에도 이후에 오히려 논문 내기가 수월해졌어요. 제 연구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간 것 같아요. 신용이 과학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운 셈이죠.”

자신감 ÷ 불안 = 만족

불안할수록 자신을 믿어라
갈수록 선뜻 과학자가 되겠다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연구자라는 게 항상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걸 찾아야 하고, 연구직의 경우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잖아요. 과정이 쉽다고 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 분야라면, 그리고 자신을 조금 더 믿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스스로 선택한 길이 희미하게 보일 때, 누구나 흔들리게 마련이다. 단 한 번에 선명해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걸어가다 보면, 분명 길이 열리고 뚜렷해진다는 사실. 이중요한 법칙을 마음에 품고 꿋꿋이 걸어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묻는 말에 그녀는 ‘좋은 연구’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다시 질문이 돌아왔다. “그런데 좋은 연구란 무엇일까요?” 그녀가 지금까지 걸어 온 여정이 그 답을 말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던진 이 원초적이고도 본질적인 질문이야말로 모든 과학자와 이를 꿈꾸는 이들이 항상 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그러나 더없이 중요한 ‘공식’이 아닐까.

√ mini TALK

수평적인 연구실
김빛내리 교수의 연구실은 교수·포스닥·학생·연구원들이 서로 존댓말을 쓰며,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는 것을 권장한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훨씬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성 과학자
결혼과 연구 생활이 병행할 수 있는가 묻는 수많은 여성 후배들에게 김 교수는 지레 걱정하지 말라고한다. 부모가 되는 건 어차피 힘든 일이고, 모든 힘든 일은 부딪치면 견뎌낼 수 있기에. 용감해질 것!

김빛내리 생명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취득 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miRNA에 대한 세계적인 개척자로, 노벨상 수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국내 과학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