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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볼런투어’로 답을 찾다

2014.08.26.

제12호 태풍 '나크리'(NAKRI)가 8월 첫 주말 전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보가 떴다. 기상청 날씨정보에 따르면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의 2014년 8월 7일 평균기온은 23.7℃, 강수량은 26.0mm 였다. 3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양이라고 우습게 넘길지 모르지만 비와의 전쟁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세밀하고 촘촘하게 직조한 계획이 올이 나간 스타킹처럼 와장창 뜯어져 오래 준비했던 노력과 그 시간들이 허무해지는 순간이 있다. 전날 그린 벽화를 빗줄기가 지웠을 때. 개울에 쓸려 퍼져가는 물감을 보고 있을 때. 방수천을 들고 퍼붓는 빗속에서 버텨야 했을 때. 이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은 학생들은 계획과 달라진 일정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것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기민하게 대처했다. 처음에는 '이제 어떻게 할지' 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나중에는 스스로 판단이 가능해지고 바뀐 시공간에서도 프로그램 진행을 잘 했다.

2014 볼런투어
2014 볼런투어

볼런투어=자원봉사(volunteer)+여행(tour)

볼런투어? 오렌지를 발음대로 받아쓴 '어륀지'처럼 자원봉사(volunteer)를 발음대로 쓴 건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눈에 설고 입에 설다. 볼런투어는 자원봉사(volunteer)와 여행(tour)을 합친 합성어로 글로벌사회공헌단(단장 김성환)이 야심차게 기획한 프로젝트 이름이다. 볼런투어는 봉사와 여행 그리고 개개인의 재능을 접목한 활동을 통해 사회공헌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사회공헌 사각지대인 마을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8월 6일부터 8월 9일까지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에서 진행된 볼런투어는 헤라클래스 프로젝트, 오드리햅번 프로젝트, 키다리아저씨 프로젝트, 주민과 함께하는 별빛콘서트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볼런투어에는 5:2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재학생 100명이 참여했다. 100명의 참가자들은 7월 초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안전지침과 활동 사항을 사전에 안내받았다.

함양 시골마을에서 펼친 5개 팀의 활동

농손일손돕기팀
농손일손돕기팀

헤라클래스-농촌일손돕기팀은 사과농장, 마을 공통 밭 일구기, 오래된 폐기물 수거하기 등의 활동을 했다. 이들은 8월 7일 말복을 맞아 백숙을 만들기도 했다. 한여름에 김이 푹푹 올라오는 주방에서 일하기란 보통이 아니다. 다 먹은 그릇과 음식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천하무적 건축팀
천하무적 건축팀

헤라클레스-천하무적 건축팀은 마을 입구에 놓을 4M×4M의 ‘ㅁ자’ 모양 초대형 평상을 제작하고, 책상과 의자 15개를 제작했다. 목공작업은 흔히 ‘뚝딱뚝딱’이라고 간단히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용도와 설치장소를 고려해 가구를 설계하고, 신림동의 한 목재사를 섭외하여 발주하고, 가격을 절충하고 자재를 옮겨 제작하는 전 과정에 이들의 노하우가 묻어있다.

벽화팀
벽화팀

오드리햅번-벽화팀은 안의마을 입구의 개울가 벽에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렸다. 윤희원(화학생명공학과 12), 유혜정(화학생명공학과 12) 학생은 “벽화의 테마에 대해 마을 분들 의견도 반영해서 사전에 정해왔어요. 안심마을이 물레방아 마을이므로 물레방아 그림과,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아낙네 그림을 준비해 왔죠. 7일에 태풍 온다는 예보에 첫날 할당량보다 더 많은 양을 무리해서 작업했는데 어젯밤 비가 내려서 몽땅 지워지고 물레방아 부분만 남았어요. 바로 이 부분이 방수천을 15분씩 교체해 가며 지켜낸 파트예요.” 라고 말하며 한 쪽을 가리켰다. 그들의 곁에 있던 남유경(외국어교육 14) 학생은 “벽을 희게 칠하고 벽면의 요철을 닦아 내는 작업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림이 그려지고 거기에 색이 입혀지니 재밌었어요.”라고 말했다.

추억의 사진관 팀
추억의 사진관 팀

오드리햅번-추억의 사진관 팀은 참여학생들의 활동사진과 마을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촬영(폴라로이드 포함)을 담당했다. 안심마을 주민 김건분 할머니(87)는 “방학인데 여기까지 와서 일만 하다 가니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라고 하셨다. 이용분 할머니(65)는 “너무 좋아요. 마을도 이뻐지고. 내가 65살로 여기서 젊은 축인데, 나보다도 훨씬 젊은 학생들이 와서 사진도 찍어주고 일도 도와주고 하니까 당연히 좋지요!”라고 만족감을 표시하셨다.

교육봉사를 맡은 키다리 아저씨팀은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16명의 아이들과 함께 레크리에이션, 야외 체험학습프로그램으로 전주 동물원 방문, 컵케익을 만들고 동요를 불렀다. 키다리 아저씨팀은 7명으로 다른 팀보다 적은 수의 인원이 활동했다. 덕분에 더욱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헤어지는 날,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다시 오겠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결심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경험의 유산

글로벌사회공헌단 신주혜 전문위원에게 볼런투어가 학생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았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리더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집단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서울대 학생들이 엘리트, 기득권 집단에서 튀어나와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대생은 진짜 계획을 쫀쫀하게 짜요. 근데 비가 왔죠. 인생이 계획대로,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기간이었을 거예요. 이번 볼런투어가 돌발상황에 자력으로 대처하고 판단하는 큰 경험이 되었을 거라고 봐요.”

‘그 해 여름’ 으로 추억될 2014년 여름. 보이지 않는 것들이 흘렀다. 정직하게 움직인 팔다리가 안심마을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안심마을 입구 평상의 다리는 방부목으로 만들어졌다. 내구성과 재질을 사전에 고려한 설계로 오래동안 그 자리에서 사랑받을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두런두런 손자손녀 얘기를 하신다. 그 평상에 앉자 안심마을이 더 안온하게 보였다.

홍보팀 학생기자
안나(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

+ 볼런투어는 ( )이다!

볼런투어는 이정표다!
“실수를 통해 리더십을 배웠어요. 앞으로 살아갈 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도요.” (남상남. 건설환경공학부 10)

볼런투어는 타임머신이다!
“때묻지 않은 7-8세 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요.” (안현규. 경영학과 13)

볼런투어는 실천이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서 예산부터 모든 프로그램을 전부 기획하고 직접 케익도 만들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가진 걸 나누며 실천하는 게 좋았어요. 사물놀이도 학교에서는 시끄럽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여기서는 박수 받아서 좋았어요.” (홍지연. 소비자아동학부 13)

볼런투어는 거울이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1년 반 살았어요. 지하철 탈 때 부딪히면 원래 ‘미안합니다’ 했는데 이제 점점 안 하고 있어요. 염세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두려웠는데 여기서 다시 동심을 찾아가서 좋았어요.” (이미진. 소비자아동학부 13)

볼런투어는 큰 보람이다!
“장기자랑 때 싸이 젠틀맨 공연을 했거든요. 보람이 커요.” (문찬혁. 지구환경공학부 13)

볼런투어는 문이다!
“대학생활 하면서 갑자기 자기 삶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있잖아요. 문을 딱 열고 나가는 거예요. 이번에 학우로부터, 또한 아이들로부터 배웠어요. 변수가 있을 때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유동적으로 행동하는 법도 배웠어요. 그래서 문이에요.” (김승진. 재료공학부 14)

볼런투어는 사랑이다!
“모든 게, 사랑이에요. 하하.”(백기동. 화학교육과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