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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소통능력을 기르는 학문공동체

2014.08.26.

유홍림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주간・정치외교학부 교수
유홍림 서울대 <대학신문> 주간
정치외교학부 교수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즈음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의 말이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온다. “소통만이 위대한 공동체를 창조할 수 있다(Communication can alone create a great community).” 그의 진단대로 과학기술에 의해 탄생한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에서 우리는 놀라운 소통의 도구들을 향유하지만 사고와 열망을 공유하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신뢰와 유대의 끈은 해체되고 있다. 인간의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위대한 공동체(Great Community)’는 하나의 이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소통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행위이자 습관이고 제도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사회화되는 과정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정과 이웃, 학교와 사회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배움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은 여러 형태의 소통형식들에 익숙해지고 그에 상응하는 소통능력을 습득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영역들로 구성되며, 각각의 영역은 나름대로의 소통형식을 만들어 간다. 사적 영역과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공적 영역은 각각 고유한 소통형식을 가지고 있다. 친밀한 사적 관계에서의 소통형식이 정부 운영으로 확산되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목표지향적인 전략적 소통행위가 가정에 침투해서도 안 된다. 또한 애국심과 공공정신의 기반이 되는 정치가와 시민들 간의 소통은 군대와 관료조직에서의 일방적인 명령이나 설득의 소통형식과 달라야 한다.

이렇듯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소통형식이 다양하더라도 ‘위대한 공동체’를 만드는 소통의 원형을 그려볼 수는 있다. 상호이해와 배려,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윤리적 삶의 기초, 적대적 갈등을 경쟁적 비판으로 순화시키는 제도로서의 소통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정당성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의 원형은 ‘지혜를 추구하는 동료들 간의 우애(friendship in wisdom)’를 기반으로 하는 대학이라는 ‘학문공동체’에서 발견된다. 대학은 구성원들의 소통능력을 키우는 학문공동체이다.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 등의 관계를 탐구하는 다양한 학문분야들은 나름대로 소통의 내용과 형식을 개발해왔다. 대학에는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소통형식들이 탐구의 대상이자 실천으로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대학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지식의 창출과 축적을 추구함과 동시에 학문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전인적 인간으로 성숙해간다.

학문공동체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영원한 질문들’을 공유하고 열린 자세와 깨어있음으로서의 성숙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질문이 아닌 답을 공유하는 집단은 도그마에 빠지기 쉽다. 그에 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객관화하고 시야를 넓히려는 태도와 습관을 기르는 학문공동체는 소통의 진정성이 살아있는 ‘위대한 공동체’의 토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