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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낭만주의자의 사려 깊은 선물

2014.08.04.

학창 시절 친구들과 모여 젊음을 발산했던 청년. 아득한 대학 시절의 가장 빛나는 추억 한 조각을 가슴에 새긴 채 그는 중년이 되었다. 함께 부대끼다 보면 서로를 가로막는 단단한 벽이 모두 사라진다고 믿는 사람,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함께하는 공간의 힘
류진 회장은 78학번으로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 그가 되새겨 보는 당시의 교정은 웃음이 가물었다. 번듯한 건물보다 잔디밭이 더 많았던 캠퍼스에는 세상을 고민하고, 고학의 무게에 힘겨워하던 20대 청춘들이 격동의 시기를 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도 낭만은 있었다. 아직도 그의 가슴 한편에는 큰 운동장에 모여 야구와 축구로 한바탕 땀을 흘리던 추억이 뭉클하게 남아있다. 고민도, 가치도, 생각도 각기 다르던 친구들이었지만, 그렇게 한데 모여 부대끼다보면 편견도, 벽도 모두 사라지고 끈끈하게 하나가 되었다.
대운동장 하나가 팍팍한 시절 그에게 낭만을 선물했듯, 그 역시 모교에 새로운 낭만을 선물했다. 서울대학교의 원형 공연장 ‘버들골 풍산마당’ 건립을 위해 55억 원을 출연한 것이다. 그동안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노천강당 신축 사업은 류진 회장의 기금 출연으로 박차를 가하게 됐고, 지난 6월 기공식을 했다. 오랜만에 캠퍼스를 찾은 그는 아직은 성글게 다져진 터지만, 그 앞에서 모두가 즐겁게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꿈꿨다. “학교를 졸업하면 재학생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큰 공연장이 마련되면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과도 함께 교류할 기회가 늘지 않을까요. 또 이웃인 관악구민들과도 함께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영문학도답게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 여름 밤의 꿈>이 원형 무대에서 펼쳐질 장면을 그리기도 했다. 문화와 예술 감성을 나누며 벽을 허무는 소통의 공간. 버들골 풍산마당의 첫 삽에 그가 담은 바람이다.

유서 깊은 나눔의 행진
조선시대 명문가로 꼽히는 풍산 류씨. 그가 이끄는 풍산그룹의 사명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료와 학자를 수차례 배출하면서도 낮은 곳의 인심을 잃지 않았고, 인재를 육성함에도 탁월한 안목이 빛났던 명문 가문. 세대를 이어온 가풍은 류진 회장의 경영 철학에도 고스란히 배었다. 방위산업을 이끄는 만큼 사회 공헌 활동에 앞장서온 그는 특히 인재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지닌다. “학생들이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고 꿈이 좌절되는 건 그이에게도, 사회에게도 억울한 일이지요.” 그는 서울대학교 학술기금, 영어영문학과 학술기금, 야구부발전기금 등 꾸준히 후배들을 위한 장학 기금을 전달해왔다. 선배로서, 기업인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하다 생각해온 나눔이었다. 그의 통 큰 기부에는 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류진 회장은 그 관심이 소외된 이들에게 더 따뜻한 빛으로 쏟아지길 원한다. “저도 학교와 나라 덕을 크게 봤습니다. 이제 여력이 되는 한 받은 만큼 베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펄벅재단 이사장으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는 류진 회장은 나눔과 더불어 편견 없는 소통 역시 강조한다. “함께 어우러지는 장에서 편견을 거둔 따뜻한 가슴으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묵묵히 기업인의 길을 걸어온 그의 발자국에는 나눔이 깊게 새겨 있다. 나누고 베푸는 것을 도리라 여기는 그의 마음이 많은 후배에게 닿아 서로와 소통하고, 각자의 꿈을 더 크게 펼치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