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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을 낯설게 읽는 학자

2014.06.27.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지난 4월 22일 서울대학교는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과 학과장으로 이은주 교수를 임명했다. 이은주 교수는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MC) 및 인간과 컴퓨터간의 상호작용(HCI)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학자이다. 이 교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그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상호작용, 인터넷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 온라인 게시판의 논쟁, 네이버 지식인같은 온라인 지식 포럼의 질의응답,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평 등이 그 연구 대상이다.

시대정신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한 선후배동기들에게 부채의식 있어…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갚아나갈 것

이은주 교수는 90학번이다. 90년대 초 5월은 연일 이어지는 집회, 시위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날이 거의 없었다. “제 경우 보수적 집안 분위기와 서울대생으로서의 알량한 기득권을 포기할 용기가 없어 집회나 시위를 슬슬 피했습니다. 공부에 딱히 열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수업은 꼬박꼬박 출석했고, 덕분에 학점을 잘 받아 이후에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유학까지 가게 되었지만 당시 학생 운동에 열심이던, 그러다 보니 나중에 취업, 진학에 어려움을 겪은 선후배 동기들한테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미안함을 갚는 길은 이 자리에 오고 싶어 하는, 또 올 수도 있었을 다른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4시간의 배분 : 지소선후(知所先後)

현상을 새롭게 보기 위한 질문의식의 중요성 강조
‘현상을 새롭게 보기 위한 질문의식의 중요성 강조’

역할이 많아도 24시간으로 구획된 물리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이은주 교수는 주중에는 오전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연구실에 출근한다. 대신 저녁시간과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늘 시간은 부족하기 마련이라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덜 중요한 일은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취미생활,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는 오래 전에 포기했고요, 원고, 강연 청탁도 선별합니다. 저는 멀티태스킹을 잘 못해서 ‘연구 설계 – 자료 수집 – 논문 작성’ 각 단계별로 하나의 과제만 진행하는 편인데, 궁극적으로는 오히려 효율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회과학 연구는 1)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 2) 답을 찾기 위해 데이터 수집, 3) 적절한 분석 방법 적용, 4) 분석결과로부터 논리적으로 타당한 결론 도출해내는 과정

학생들 사이에서 이은주 교수의 강의는 ‘학술적’이고, ‘학기가 지나면 남는 것 많은 강의’라는 평이 많다. 그의 열정을 학생들도 전해 받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이은주 교수는 ‘디지털커뮤니케이션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제이고, 학생들 또한 매일 경험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다’고 답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빠르게 변하는 분야라 가능한 한 최근의 연구 동향을 소개하고, 논문을 읽게 합니다. 이때 연구 결과만 요약해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연구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2012년 12월 ≪Columbia Journalism Review≫에서 소개한 이은주 교수의 논문 『 That's Not the Way It Is: How User-Generated Comments on the News Affect Perceived Media Bias 』에 대해 다양한 매체가 앞다투어 기사를 내보냈다.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의 내용에 따라 기사의 논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는 결과를 보여준 논문인데, 기사에 대한 댓글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는지 물었다. “기사 나가고 나서 ‘이런 것도 연구냐’, ‘내가 해도 되겠다!’ 같은 댓글이 있을까봐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찾아봤는데 댓글이 전혀 달리지 않았더라고요.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던데…”

연구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1. 흔히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
2. 기존 연구 결과가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
3. 별개의 영역이라 생각되는 현상 간 연결고리를 찾는 것

이은주 교수는 일상적으로 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현상들을 주의 깊게 보면서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이론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 고민한다. “연구할 때 제가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당연한 부분에 대해서, 생뚱맞지만 질문을 던져 보는 것입니다. 예컨대 온라인 채팅 환경에서 본인이 의식적으로 아바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적으로 주어지는 경우, 아바타와 실제 대화 상대방 사이에 어떠한 논리적 연결고리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여자 아바타와 남자 아바타를 부여받은 상대방을 다르게 대한다거나, 똑같은 동물 아바타로 표현되었을 때 각기 다른 동물들로 표현되는 경우에 비해 집단의견에 더 순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처럼 소위 ‘상식적으로’ 그럴 것 같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기존연구 결과들이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똑같은 개념을 보더라도 그 개념이 연구 모델에서 어떻게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어진 결과가 연구자의 해석과 다르게 해석될 여지는 없는지를 생각해 보는 거지요. 요즘 빅 데이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데이터의 규모와 상관없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야말로 핵심적이라고 봅니다.

세 번째로 전혀 별개의 것처럼 보이는 현상 간의 연관성을 찾아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학의 경우 대인 커뮤니케이션과 매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오랫동안 경계가 구분되어 왔는데, 대인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에 ‘기대위반이론’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문화적 배경, 성격, 대화 상황, 본인과의 관계 등에 근거해서 특정 기대를 가지고 대화에 임하고, 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경험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가 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이같은 원리가 미디어를 통해 매개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데, 같은 메시지라도 유명인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적는 글들이 신문이나 TV 인터뷰 등을 통해 전해지는 내용보다 더 개인적이고 진실에 근거한 얘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같은 규범적 기대에 따라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소셜 미디어와 전통적 매스미디어를 포함하는 미디어 지형에서 사람들이 개별 미디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어떤 차원에서 미디어 간 유사성과 차별성을 지각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보는 게 최근 연구 관심입니다.”

현상을 낯설게 보기 위해서 의식적인 노력 기울여야

이은주 교수는 현상을 지속적으로 낯설게 보기 위해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위 말하는 mindfulness가 필요한데, 주어지지 않은 대안적 해결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해요. ‘짬뽕 먹을래? 짜장면 먹을래?’라고 물었을 때, 보기에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둘 다 먹으면 안 되나?’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짬짜면’ 바로 나오거든요.”

약력

이은주 교수의 논문은 자주 게재되고, 읽히고, 인용된다. 지난 10여 년간 이은주 교수가 <<Journal of Communication>> <<Communication Research>> 등 탑 저널에 발표하여 세계적으로 자주 참조되는 논문만 41개에 이른다. <<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등 국제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논문상을 10여차례 수상했을 뿐 아니라,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의 선출이사를 역임했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대표 학술지인 <<ournal of Communication>>, <<Human Communication Research>>의 부편집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탁월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011년에는 해당학기 교내에서 유일하게 부교수 정년보장을 받은 바 있다.

홍보팀 학생기자
안나(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