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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부모학생 모임, 맘인스누

2014.04.09.

공부하는 부모학생 모임, 맘인스누

Mom in SNU

혼자 하기 힘든 일, 육아育兒
2000년 인기그룹 god는 ‘god의 육아일기’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민이(당시 11개월)를 돌보았다. 육아 경험이 없는 미혼 남성들이 아기를 기르며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과장 없이 방송되자 국민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아기를 기르고 있는 부모 시청자뿐만 아니라 육아에 서툰 이모, 고모, 삼촌들의 공감까지 이끌어내며 전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방송프로그램의 주제가 될 만큼 육아는 인간생애 주기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일 중 하나이다. 과업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게 되면 육아는 필연적으로 비용을 필요로 한다. 육아는 특히 절대적으로 시간과 집중력, 돈을 요구하는 일이다. 대가족 구성이 일반적이던 시대에는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이 많았다. 아이는 꼭 엄마가 옆에 있지 않아도 할아버지, 할머니, 사촌들에게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핵가족 구성이 일반적인 이 시대에 아이는 오로지 극소수의 주(主)양육자에게 매달린다. 백이면 백 새롭고 다른 케이스. 요즘은 옛날처럼 가정 내에서 육아 요령을 알려줄 어른이 없다. 쉼 없이 파고드는 아이를 떨어뜨려놓고 블로그며 카페에 접속하기도 쉽지 않다. 예방접종 맞힐 때, 장난감을 사러 갔을 때, 동네 카페에 유모차를 주차시켜놓고 만나는 부모들이 종종 있다. 아이는 사랑스럽지만 부모는 지쳐있다. 그렇게 만나서는 성토밖에 할 게 없다. 그러고 나면 가슴은 후련하지만 앞이 안 보인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대에 재학 중인 약 11,300여 명의 대학원생 중 2,500여 명은 기혼상태이다. 2,30 대가 대부분이며 부모인 경우에는 자녀의 나이가 어린 편이다. 이들은 ‘아직 어린 아이를 놔두고 연구에 어떻게 집중하지?’ 라는 고민을 한다. 근무가 연구로 바뀌었을 뿐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임이 있다.
‘맘인스누’는 공부하며 아이를 기르는 부모학생 모임이다. 2012년 2월 사회복지학과 서정원 씨(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는 온라인 공간에 연구와 임신·출산·육아를 병행 중인 학생을 찾는 글을 올렸다. 맘인스누는 그렇게 탄생했다. 현재 회원 수는 약 100명. 매주 수요일 감골식당 채식뷔페와 다향만당에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회원들은 정기모임에 각자 자유롭게 자녀를 데리고 온다. 이들은 평소에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연구와 임신·출산·육아 정보를 나눈다.

부모학생의 고충 본부에 건의, 제도 개선 이끌어 내

맘인스누를 육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가정 양립에 대한 사회적 총의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통들이 여기저기서 비어져 나온다. 많은 엄마들이 ‘재택근무’등의 차선책을 택하며, 최선책을 택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가슴에 묻는다. 대학원생에게 ‘재택근무’란 사실상 연구생 등록을 뜻한다. 코스웍 중에 임신까지는 가능해도 출산하고 나면 휴학이나 연구생 등록을 하는 일이 많다. 맘인스누 회원 이상희 씨(사범대 체육교육과 스포츠사회학전공)는 ‘워킹맘’에 비해 ‘스터딩맘’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고 말한다. 일단 개념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 ‘워킹맘’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되어 있는 데에 반해 근로소득이 없는, 공부하는 엄마에 대해서는 냉담하다는 것이다. 부모학생의 경우 보육시설 이용자격에 있어서도 애매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교내 어린이집은 교직원자녀와 학생자녀의 정원비율을 55:45로 유지한다. 게다가 교직원 자녀는 부모가 직장을 그만 두지 않는 한 교육받을 수 있는 자격이 유지되는 데에 반해 학생자녀는 부모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어린이집에 다닐 수 없다. 맘인스누는 정보를 교환하는 것 못지않게 이처럼 제도의 한계 때문에 생겨나는 안타까움을 찾아내어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노력한다.
점차 열심히 활동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2013년 1학기부터 출산휴학 지침이 개정됐다. 남학생, 여학생 모두 임신·출산·육아와 관련해 최대 3년까지 휴학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존 지침은 여학생만 출산휴학이 가능했고, 기간도 최대 1년까지였다. 또한 올 3월부터 임산부 학생은 임시주차증을 발급받아 장애인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영유아를 동반한 도서관 출입도 가능해졌다. 열람실 출입은 안 되지만 영유아와 함께 4층 로비까지 출입하는 것은 가능하다. 대출실에 요청한 후 직원을 통해 원하는 책을 받을 수 있다.

여럿이 함께 모색하는 미래: 지역사회와 기업 연계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열심히 활동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맘인스누 대표 서정원 씨는 2년 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맘인스누를 육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맘인스누 구성원들은 자발적으로 지역 내 여성복지시설의 여성들과 그 자녀를 위한 재능기부, 의료보험으로 처리 되지 않는 치과치료를 지원해줄 동문 물색 등의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김춘지 회원(자연과학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사수료)은 “저는 사실 계속 이과 쪽 실험실 환경에만 있었는데 맘인스누를 통해서 다양한 전공의 엄마들을 만나서 기존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했습니다. 엄마들과 얘기하면서 공부하며 아이를 기른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었어요. 저는 맘인스누라는 모임이 서울대에서 만들어진 건 상징성도 있고, 우리나라의 사회문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봐요. 점차 다양한 배경지식을 가진 회원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며 맘인스누 활동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맘인스누는 앞으로 ‘강의를 적게 들으며 육아를 병행하는 경우, 학점과 비례해 등록금을 산정하는 방식’을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공동 육아 장소 마련을 위한 건의도 계속할 예정이다. 현재 학내 유일하게 보건소에 마련된 수유실은 업무시간에만 사용가능하다. 학내에는 16개의 휴게실이 있지만 미혼인 학생들에게 소음피해를 줄 수도 있어 아직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가기 적당하지 않다. 마음 놓고 공동 육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 의도치 않게 양해를 구할 일이 많아진다. 전과 같은 사회생활을 유지해 나가려면 더욱 그렇다. 외롭고 서럽고 가슴 졸일 일이 많아진다. 어느 날은 내가 원망스럽고 사회가 원망스럽고 국가가 원망스러워진다. 엄마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아빠들도 어렵다.『아빠를 기르는 아이』의 저자 박찬희 씨는 그의 책에서 “대낮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가면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밝힌다. 산책이 아니라 연구를 하러 나가야 하는 아빠 학생들은 더 그렇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는 천재도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아우 내가 이 시간에 책을 보고 있어야 하는데’ 라는 안타까움 없이, ‘아우 내가 이곳에서 꼭 수유를 해야 하나’라는 탄식 없이 연구에, 또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는 육아와 연구의 공존, 외롭지 않은 육아와 연구의 공존, 서럽지 않은 육아와 연구의 공존, 가슴 졸이지 않는 육아와 연구의 공존을 꿈꿔본다.

홍보팀 학생기자
안나(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