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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연극 기획하는 경영학도

2014.02.27.

평범한 사람들의 연극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과 정원희 학생이 만드는 장애 예술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의 대표 정원희 학생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주목을 받습니다. 장애인도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저는 장애 예술에 대한 놀라운 시선을 뛰어 넘어 저희 공연을 감상한 관객들에게 ‘멋지다, 재밌다, 감동적이다’ 와 같은 평가를 받고 싶었습니다. 비장애인의 전유물이었던 무대 위로 장애라는 불편한 소재들을 멋지게 올리는 일이지요.” 1월에 개봉한 장애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원희(경영학과 4학년)씨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뇌성마비로 알려져 있는 선천성 뇌병변을 가지고 태어나 현재는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 이라는 회사를 세워 장애연극을 기획하고 있는 정원희 씨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펼치는 연기는 어떤 것일까.

가장 평범한 장애인의 삶을 담는 틀

뇌성마비라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에 입학, 경영학과 졸업을 마치기도 전에 사회적 기업을 창립, 장애연극을 비롯한 문화 사업 기획. 정원희씨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그러나 정원희씨는 이런 시선으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불편했다. “저는 우리 사회에 두 가지 장애인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첫 번째는 공부를 잘해서 성공한 장애인, 두 번째로는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장애인. 사람들에게는 이 두 부류로만 인식이 되지요. 평범한 아들, 친구, 누군가의 연인과 같은 중간적인 존재의 장애인이 무척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는 장애인들은 위의 두 가지로만 분류되는 것 같아서, 연극으로 우리(장애인)이 사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정원희씨가 연극에 첫발을 내딘 계기는 서울대 총연극회와 서울대 장애 학생모임이 함께 준비한 『매직 타임』이라는 연극이다. 연극을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매력은 신체의 불편함도 연기 기법이나 연출을 통해서 새로운 시도로 바꿀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한다. “예술의 가치를 표현함에 있어서 획일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것 때문에 몸이 불편한 것도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경영학과 연극의 만남

‘돈이 잘 안 되는’ 연극 사업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는 윈희씨 원희 씨는 경영학과 4학년. 기업의 수익창출을 연구하는 경영학과 예술과의 이색적인 만남을 시도하는 원희 씨는 소위 ‘돈이 잘 안 되는’ 연극 사업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많은 공연 단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인 공연 단체는 더더욱 어렵지요. 제가 배운 것이 별로 없지만 경영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공연단체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원희 씨가 시도한 것은 장애연극을 기획하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것. 사회적 기업 진흥원에서 사회적 기업 육성 사업으로 선정되어 올해 3월부터 지원금도 받고 있다.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장애 연극을 기획 사업, 두 번째는 장애인들을 위한 연기, 예술 교육 사업, 마지막으로는 조사연구 사업이다. 연극을 제작 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극 기획 비용도 조달하면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으로 장애인 연기 교육과 조사 연구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서 장애인 예술 교육 사업을 시작했어요. 연기학원은 많아도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연기학원,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위한 이런 것이 전무합니다. 저희는 다양성을 고려한 예술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청각 장애인이 오면 대필자를 구해 교육 내용을 프로젝트에 띄워서 내용을 전달하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신체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워크샵을 10회 진행했다. 참여한 장애인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으며 그 중 일부는 현재 공연 준비를 함께 하고 있다고.
조사연구 사업이란 우리나라 공연장에 대한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접근성 지원사업’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극장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최근 극장에는 휠체어 석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를 확대해서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등 모든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작성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공연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앞에 앉을 때 공연을 잘 느낀다고 해요. 이런 점들을 고려해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 내용을 담은 책이 12월에 발간되면 국공립 공연장에 배포하고 컨설팅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장애 연극은 장애 극복이 아닌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

연극을 시작할 때 원희 씨는 장애라는 단어를 전면에 부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장애라는 단어를 넣었을 때 관객들이 연극의 미적 가치나 예술적인 가치보다는 장애인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짓에서 준비하고 있는 장애예술은 장애인들이 하는 예술이 아니라 장애라는 주제를 하나의 예술적 소재로 삼는 예술 장르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의 비율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반반씩이라고. 연극의 내용이 꼭 장애와 관련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장애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가 예술의 모티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애 예술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억지 감동을 연상시키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오히려 장애인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서 성공하는 그런 진부한 스토리를 깨보고 싶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장애라는 단어를 넣기로 결심한 것은 장애예술이라는 이름을 듣고 온 관객들에게도 장애예술이 하나의 예술적인 가치를 온전히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에 정면승부를 던진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에 귀 기울여 보자.

홍보팀 학생기자
오상록 (경영대학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