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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캠퍼스를 논하다, ‘2024학년도 제1회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

2024. 4. 30.

지난 4월 24일(수), 올해 첫 번째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이하 온더라운지)가 법학전문대학원 김장리홀(15-1동)에서 개최됐다. 온더라운지는 2023년에 시작돼 작년 일 년간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2024학년도 제1회 온더라운지는 작년 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반영해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 시간대인 오후 5시 40분에 시작됐다. 보다 풍부한 논의를 위해 그 진행 시간 또한 1시간 20분으로 확대됐다. 더불어 많은 학생의 요청이 있었던 ‘캠퍼스 배리어프리’를 주제로 행사가 진행됐다. 학생지원과와 중앙 방송동아리 SUB가 함께 행사를 준비했으며, 글로벌 사회공헌단 학생공헌단도 행사를 지원했다. 배리어프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인 만큼 수화통역과 실시간 속기를 이용한 문자통역이 이뤄졌으며,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학생 도우미를 파견해 참석자의 질의를 도왔다.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 행사 포스터(우)와 현장 수어, 문자 통역 장면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 행사 포스터(우)와 현장 수어, 문자 통역 장면

모든 학생의 이동권이 보장되는 캠퍼스

이날 온더라운지에서는 학생의 불편을 가중하는 각종 제약을 만들어내는 물리적 장벽을 비롯해 심리적, 제도적인 장벽까지 캠퍼스 내의 여러 장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학생들은 이동권과 관련해 불편함을 겪은 경험을 나누며 학교 곳곳에서 발생하는 관련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례로 최근 음악대학 공사 과정에서 설치된 가벽이 주변 건물들로 통하는 경사로를 막고 있어 계단으로 통행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수레, 유모차 이용자들은 이동하는 데에 불편함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유홍림 총장은 언급된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밝히며 “지금 음악대학 쪽의 가벽을 이동 설치하기 시작했고, 아마 다음 주쯤에 가벽이 이동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음악대학뿐만 아니라 학교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이동권에 영향이 생기는지 충분히 검토한 뒤에 진행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관악학생생활관과 사범대학 사이를 오갈 때 계단 외에는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나 통행로가 없어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 총장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라며 학생들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유준희 학생처장은 “서울대학교의 위치상 경사가 많을 수밖에 없어서 경제적인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논하면서도 “캠퍼스 내의 물리적인 배리어를 제거하기 위해서 건축학과 교수님께 정책과제를 부탁드린 바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1단계 과제가 장애 학생들이 주로 쓰는 건물과 지역의 배리어를 우선 제거하는 것이고, 2단계 과제는 기숙사와 사범대 부근의 문제처럼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캠퍼스 내에서 이동권이 침해되는 문제를 겪는 경우 누구든지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유홍림 총장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홍림 총장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물리적 배리어프리를 넘어 제도적, 심리적 배리어프리를 향해

캠퍼스 내의 제도적인 장벽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청각장애를 가진 한 학생은 본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강좌 수강 플랫폼인 SNUON의 강의를 듣고 싶었으나, 자막이 없어 공부할 수 없었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뿐 아니라 대면 수업에서도 수화통역이 지원되지 않아 공부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김동일 교수(교육학과장)는 수화통역의 경우, “전공과목을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통역 인력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과목을 전공한 수화 통역사를 찾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라며 다른 문제에 비해 해결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SNUON 자막 지원의 경우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진행 중”이라고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자막 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을 묘사하는 음성파일을 제공하는 등 장애 학생이 학습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줄이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이번 온더라운지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온더라운지 진행 과정에서 장애인에게는 심리적인 장벽이 될 수 있는 언어적 실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반인, 정상인 등의 표현이 사용됐는데, 이에 대해 한 학생은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나 일반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고 정정했다. 우리가 무심코 쓰던 말 속에 심리적인 장벽을 만들어내는 용어가 혼재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렇게 이번 온더라운지에서는 캠퍼스 내의 물리적인 장벽뿐만 아니라 제도적, 심리적인 장벽과 관련된 이야기도 이뤄져, 배리어프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유튜브 SNU온에어 채널의 온더라운지 스트리밍 화면
유튜브 SNU온에어 채널의 온더라운지 스트리밍 화면

꾸준한 요청이 있었던 배리어프리를 주제를 다룬 이번 온더라운지에는 총 57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각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나누고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들으며 함께 배리어프리한 캠퍼스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행사의 끝에 유홍림 총장은 “배리어프리와 관련된 이야기는 오늘 한 번의 대화로 마무리될 수 없는 것”이라며 “앞으로 있을 온더라운지 행사에서도 계속해서 관련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캠퍼스 배리어프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캠퍼스는 다수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각자의 불편함이나 고충이 늘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고 경청해, 모두가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캠퍼스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번 온더라운지 행사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통해 배리어프리한 캠퍼스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기를 희망한다.

서울대 학생기자
김수민(국어국문학과)
47sumi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