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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를 만나고 이해하는 시간, 2024 세계 뇌주간 대중강연

2024. 4. 2.

매년 3월 셋째 주는 전 세계적으로 뇌과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념하는 세계 뇌주간이다. 세계 뇌주간(World Brain Awareness Week)은 뇌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뇌과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알린다는 목적으로 1992년 미국의 DANA Foundation에서 처음 지정했다. 현재는 60여 개국에서 뇌주간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에서도 뇌주간을 기념하기 위해 2019년부터 행사를 개최해 왔으며, 올해에도 2024 세계 뇌주간을 맞아 대중강연이 마련됐다. 지난 3월 16일(토) 자연과학대학(28동)에서 ‘슬기로운 뇌 사용법’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사람이 강연을 듣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뇌인지과학과의 주도로 뇌를 주제로 한 다섯 가지의 흥미로운 주제가 다뤄졌다. 이인아 교수·최형진 교수·이상아 교수·김의태 교수·김기웅 교수(뇌인지과학과)가 각각 뇌의 맥락, 식욕과 중독, 발달, 정신증, 치매를 중심으로 한 강연을 진행했다.

세계 뇌주간 행사 강연장(28동 101호) 모습(좌)과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우)
세계 뇌주간 행사 강연장(28동 101호) 모습(좌)과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우)

쾌락병의 시대 속 비만과 음식중독

이날 강연에서 두 번째 순서로 강의를 맡은 최형진 교수는 ‘욕망, 쾌락, 중독: 식욕과 음식중독은 어떻게 우리를 살찌게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사인 식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최 교수는 내분비과 임상 교수를 거쳐 음식 중독 연구의 필요성을 느껴 의과학자를 하게 됐고, 최근 뇌인지과학과로 소속을 옮겨 음식 중독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인의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인 심혈관 질환은 대부분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에서 비롯되는데, 비만이나 과체중이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따라서 최 교수는 건강과 직결된 비만이라는 문제를 음식 중독으로 파악하여 이를 뇌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최 교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를 ‘쾌락병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은 감염병과 같은 질병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기보다는 음식을 비롯해 담배, 마약, 도박 등의 쾌락에 중독되는 것이 더욱 극복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즉, 옛날에 비해 지금 음식 중독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의 뇌가 변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생존을 위해 맛없는 것을 참고 먹어야 할 필요도 없고,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먹을 수 있는 초콜릿, 케이크 등의 음식이 많이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이 음식들을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있다. 이제 음식은 에너지를 보충하는 생존의 문제보다는 쾌락과 더 쉽게 결부된다.

최형진 교수는 이러한 쾌락병의 시대에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 중독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시대적인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 예시로 흡연과 비슷하게 비만세를 도입하거나, 먹방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는 등의 방법을 거론했다. 이를 통해서 식습관 면에서도 쾌락적인 중독 문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직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고, 많은 청중이 강연 내용과 관련해 궁금한 점과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의문을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최근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대체당이 몸에 해로운 점은 없는가”라는 한 청중의 질문에 최 교수는 “설탕에 비해 건강감미료가 훨씬 몸에 나은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살은 덜 찌기 때문에 덜 해롭지만, 인공감미료도 근본적으로 중독적인 성향은 같을 수밖에 없다”라고 대답했다.

최형진 교수(뇌인지과학과)가 비만과 식습관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최형진 교수(뇌인지과학과)가 비만과 식습관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걸음걸이가 치매의 단서가 되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는 ‘치매, 걸음걸이만 봐도 알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김기웅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다. 김 교수는 중앙치매센터장 맡은 바 있는 관련 연구의 대표 주자이다. 강연에서는 걸음걸이를 통해 어떻게 치매를 알 수 있게 되는지, 또한 진료실에서 의사가 치매를 진단하기 이전에 더 민감하게 변화를 알아챌 방법은 없는지에 관한 내용이 전해졌다. 김 교수는 “1분 동안 가만히 앉아서 최대한 많은 동물 이름을 생각해 낼 때와 제자리에서 걸으면서 이야기할 때를 비교하면 후자에서 그 개수가 더 적어질 것이다”라며 흥미로운 테스트를 소개한 이후, “그것은 걸음걸이와 인지를 담당하는 뇌가 상당히 겹쳐 있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을 보탰다. 즉, “어떤 하나의 행위를 하고 있으면 다른 하나에 쓸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웅 교수는 “현재 스마트폰을 통해 보행을 분석하고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스마트폰을 활용해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일상에서 쉽게 걸음걸이와 건강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간편하게 치매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행 중인 연구를 소개했다. 병원에서 직접 받게 되는 간이 정신상태 검사(MMSE)의 경우, 검사 인력, 장소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치매의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보행 속도, 보행 변이성과 체형, 나이 등의 기본 정보만 입력해서 치매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김 교수는 “병원에서 표준 평가 도구를 사용해 치매를 예측한 것보다 보행 분석으로 예측한 것이 훨씬 더 정확한 치매의 진행 단계를 파악할 수 있다”라며 그래프와 함께 해당 연구를 설명했다.

이인아 교수(뇌인지과학과)가 세계 뇌과학 주간을 소개하고 있다.
이인아 교수(뇌인지과학과)가 세계 뇌과학 주간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뇌의 과학적 신비를 알리는 강연도 진행됐다. 이인아 교수는 ‘애매하고 불안한 세상 속 뇌의 “퍼펙트 게스”’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뇌의 맥락적 정보처리를 다뤘다. 우리 뇌는 지각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것을 맥락을 이용해 추측하는데, 맥락은 경험에서 형성된다. 이인아 교수는 “독특한 경험적인 맥락이 나만의 개성을 만들고 내가 보는 세상을 만든다”라며 뇌인지과학에서 출발한 자아의 적극적인 탐색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상아 교수는 우리 뇌의 인지기능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를 주제로 한 ‘인지의 기원: 아기들은 어떤 인지기능을 가지고 태어나는가?’ 강연을 진행했다. 이상아 교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네 가지 핵심 인지기능 중 숫자를 인식하는 기능과 다른 생명체와 상호작용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 인지기능을 알아내기 위한 여러 흥미로운 실험이 소개돼 많은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정세준 학생(공과대학·24학번)은 “최형진 교수님의 강의가 인상 깊었다”라며 “중독이 행동을 맹목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절제하는 과정이 중독 사이클 안에서 중독 행동에 대한 충동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새로웠다”라고 강연을 들은 소감을 전했다. 장원상 학생(공과대학·24학번)은 “뇌를 컴퓨터로 구현하는 것과 관련된 진로를 희망해서 오늘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라며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물리적인 몸의 움직임을 감지함으로써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김기웅 교수님의 강연이 인상적이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세계 뇌주간을 기념해 진행된 이번 강연은 많은 사람에게 뇌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되는 시간이었다. 뇌과학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뇌과학에서 연구하는 문제들은 삶과 굉장히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일주일간 자신의 뇌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본다면 뇌과학뿐만 아니라 나의 삶도 새롭게 이해해보는 ‘나만의’ 뇌주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수민(국어국문학과)
47sumin@snu.ac.kr